• 최종편집 2024-05-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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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뜨겁지 않은 오후 햇살과 잔잔한 바닷바람에 이끌려 해변을 따라 행복한 산책을 즐겼던 적이 있었다. 늦은 저녁 무렵이 되니 해변 산책의 후유증으로 목뒤가 따갑고 팔과 다리는 불그스름하게 변해 있는 것이 아닌가. 강하지 않다고 생각한 햇볕에 피부는 그을려 썬 번(sunburn)’이 일어날 만큼 그날의 태양은 나의 예상보다 강렬했고 뜨거웠다. 오늘 소개하는 나디르 DG 비밥 앨토 마우스피스도 처음부터 엄청난 불을 뿜어내지 않지만 연주하는 내내 충분한 열기로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며 관객의 귀를 사로잡기 충분한 멋진 친구이다.

 

 

색소포니스트 구민상

sax019@hanmail.net

 

 

데이브 과데라(Dave Guardala)가 만든 마우스피스는 테너 색소폰의 전설인 마이클 브렉커(Michael Brecker)부터 빌 에반스(Bill Evans), 톰 스콧(Tom Scott), 브렌포드 마샬리스(Branford Marsalis)까지 수많은 연주인이 애용하며 유명한 브랜드가 되었고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데이브 과데라는 두 회사로 나뉘는데 하나는 데이브 과데라 사망 이후 미국에서 생산하는 데이브 과데라 모델과 두 번째 과데라로부터 데이터와 판권을 받은 독일의 나디르 이브라히모글루(Nadir Ibrahimoglu)가 만든 또 다른 데이브 과데라(이하 DG로 약칭) 모델이다. 미국에서 만드는 DG 마우스피스는 정확한 수치를 넣어 CNC로 제작하는 레이저 컷팅 방식이고 독일에서 만드는 DG 마우스피스는 CNC 제작 후, 직접 손으로 마무리 작업을 하는 핸드 피니시드(Hand Finished) 모델과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깎아 만드는 핸드메이드(Handmade) 두 개의 모델로 나누어 제작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비밥 앨토 트레디셔널 Bebop Alto Traditional 이하 비밥 앨토로 약칭] 마우스피스는 데이브 과데라가 만들었던 트레디셔널 비밥(Traditional Bebop) 모델을 독일의 나디르가 손으로 직접 깎아 부활시킨 핸드메이드 마우스피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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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면에 마우스피스 정보가 있는 자주색 종이상자를 열면 그 안에 두툼한 가죽 파우치가 있고 마우스피스와 리가처 그리고 플라스틱 마우스피스 캡이 있다. - 사진 1 마우스피스 바디(Body)의 위쪽에 모델명인 ‘Bebop/Trad’이 새겨있고 그 아래 생크에는 핸드메이드를 보여주듯 이 마우스피스의 일련번호가 함께 각인되어 있다. - 사진 2마우스피스 생크 하단에는 데이브 과데라의 약자인 ‘DG’‘Made by N’이라고 써놓아 미국의 모델과 차별을 두었다. - 사진 3 그리고 윗니가 닿는 비크(Beak)에는 데이브 과데라 마우스피스의 상징과도 같은 ‘DG’ 마크가 바이트 플레이트(Bite Plate)에 멋지게 자리 잡고 있다. - 사진 4 그러나 최근 생산에서부터 원가 절감인지 혹은 다른 이유인지 알 수 없으나 이 부분이 삭제되어 소리와는 상관없지만, 디자인적인 면에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든다. 마지막으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생크의 안쪽에 손으로 직접 새긴 알 수 없는 번호가 있는데 [사진 2]의 일련번호와는 다른 알파벳과 숫자로 나디르 본인이 만든 마우스피스의 전체 제작 번호라 추측된다. - 사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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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은 상당히 부드럽고 매끄러워 리드와의 결합에서 충분한 밀착력을 가진다. - 사진 6그 위로 연결된 사이드 레일(Side Rail)은 얇은 두께로 좌우 대칭의 균형이 좋고 팁 레일(Tip Rail)까지 마무리가 잘 되어있다. - 사진 7베플(Baffle)은 짧은 미디움 높이의 베플에 살짝 각이 진 모양으로 되어있고 마우스피스 안쪽도 더 넓은 라지 보어(larger bore)로 제작되었다. - 사진 8이 마우스피스의 특이한 점은 오프닝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예전부터 데이브 과데라는 각 모델별로 한가지 팁 오프닝으로만 제작했기 때문이다. 나디르 역시 그 제작 방식을 고수하여 [비밥 앨토] 모델의 팁 오프닝(Tip opening).080"로만 만들기에 굳이 팁 오프닝을 표기하지 않는 것이다. 나디르가 만든 [비밥 앨토]의 전체적인 외형은 심플하지만 테너 마우스피스 MB모델부터 이어진 전통적인 디자인을 따르며 금도금(Gold-plated)으로 마무리되어 고급스럽고 강한 이미지로 기억에 남는다.

 

제일 먼저 불어본 중음역은 글로 표현하기 좀 복잡한 음색이다. 보통의 볼륨까지는 은근히 부드러우며 매끄럽게 움직이더니 볼륨을 높일수록 까칠한 성격을 드러내며 직선으로 쭉 뻗어나간다. 이 변화의 폭이 다른 마우스피스에 비해 좀 더 크게 체감된다. 음의 중심부는 부드러움이 녹아있는데 외각으로 거친 면들이 분포되어 있어 두 가지 중 연주자가 어떤 것에 포커스(Focus)를 두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비밥 앨토]는 어두운(Dark) 음색과 밝은(Bright) 음색 사이에서 분명히 밝은 쪽 성향은 맞지만, 중음역은 리드와 연주자의 성향에 따라 변화의 여지가 꽤 있어 보인다. 마치 라면에 제조사의 정확한 레시피가 있지만,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면을 더 익혀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거나 덜 익혀 쫀쫀한 식감으로 요리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다른 하이베플 마우스피스와 중음을 비교하면 볼륨이나 직진 성향은 살짝 아래에 있으나 반면 부드러운 터치감은 우위에 있다. 이로 인해 비밥과 같은 빠른 속주에서 날카롭고 딱딱한 성질은 줄어 매끄러운 연주 라인을 얻는 효과가 생긴다.

 

나디르 [비밥 앨토] 마우스피스의 저음은 벨런스가 잘 잡혀 너무 무겁거나 거칠지 않고 적당한 무게감을 전해준다. 특히 강한 압력으로 밀어낼 때, 하이베플과 비슷한 형상을 보고 예상했던 파괴력이나 강한 음색이 아닌 중심이 단단한 탱탱볼 같은 탄력 있는 음색이다. 음이 끝까지 힘이 빠지지 않고 살아 있어 엣지(Edgy) 있고 충분한 타격(Attack)감을 줄 수 있기에 저음에서 에너지가 넘친다. , 저음과 중음역에서 호흡에 대한 저항감이 살짝 높아 친화력이 좋은 친구는 아니기에 색소폰을 갓 시작한 초보보다 충분한 훈련을 거친 연주자에게 권하고 싶다. [비밥 앨토]가 가진 중저음의 높은 저항감과 반대로 서브톤(Sub-Tone)은 어렵지 않게 표현되고 컨트롤 역시 어렵지 않다. 서브톤의 음색은 중음의 톡톡 튀는 음을 한 겹 부드럽게 감싸는 효과를 만들어 주고 저음에서는 당연히 부드러움도 더하지만, 공간감을 더 넓혀주어 풍부한 소리를 얻는 효과도 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서브톤의 음색은 연기처럼 가볍게 퍼지는 느낌보다 젤리처럼 말랑하지만 탱탱한 느낌이 강하다.

 

[비밥 앨토]의 고음은 다른 하이베플 마우스피스와 비교해도 고음에서 볼륨에 대한 부족함은 없다. 다만 직진성이 줄어드는 변화가 있고 이로 인해 볼륨이 작다고 느끼게 할 때가 있으나 실제로 볼륨이 작은 것은 아니다. 음색은 중음과 같이 음의 전달력이 명확하고 또렷하다. 이번엔 하이베플과 상대적으로 반대인 로우베플 마우스피스와 비교하면 좀 더 무게감이 있어 깃털처럼 가볍게 노래하는 하드러버 마우스피스의 느낌보다는 권투 경기중 가볍게 주먹을 던지는 잽(Jab)처럼 약간의 힘이 실린 펀치력이 돋보인다. 거기에 볼륨을 높이면 잽에 이어 오른손 왼손의 주먹이 화려하게 직선으로 목표를 향해 날아가듯 뻗어나간다. 더 높은 알티시모(Altissimo)의 영역에서도 고음과 비슷한 느낌은 유지되고 전체적으로 하이베플의 시원함과 직진성은 가지고 하이베플과 로우베플 중간의 벨런스가 잘 잡혀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활용도가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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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 앨토] 마우스피스에 동봉된 리가처는 옆에 DG 로고가 쓰여있지만, 마우스피스 캡과 함께 GF 리가처(Ligature)의 것으로 Maxima-09M Gold 모델이다. 이 리가처는 연주자의 성향대로 위와 아래 양방향으로 사용 가능해 기본 리가처로 기대 이상의 성능을 가진다. - 사진 9, 10그리고 가죽 파우치는 요즘 흔히 보이는 인조 가죽이 아닌 순록의 가죽으로 만들어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고 튼튼하며 마우스피스 보호뿐만 아니라 활용도가 높다. 이처럼 나머지 구성품의 품질이 좋기에 나디르가 만든 핸드메이드 DG 마우스피스에 만족감을 높여주고 더불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심어준다. - 사진 11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밥 앨토]의 팁 오프닝은 .080" 하나로만 만드는데 이는 대략 타 브랜드의 6*~7*호 정도이다. 그래서 본인이 사용하던 마우스피스의 팁 오프닝이 이와 비슷하다면 [비밥 앨토]로 바꿨을 때 상당히 큰 변화의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컨트롤이 아주 쉬운 마우스피스는 아니기에 오프닝이 작거나 큰 팁 오프닝을 사용하는 연주자라면 리드로 커버하기에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과거 데이브 과데라에 의해 만들어진 오리지널 [트레디셔널 비밥] 모델의 가격보다 싸지만, 나디르가 만든 [비밥 앨토] 역시 우리나라에서 백만 원이 훌쩍 넘는 몸값을 가져 많은 이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디르 홈페이지 광고 문구에는 캐논볼 에덜리(Cannonball Adderley)나 필 우즈(Phil Woods) 스타일, 그리고 락엔롤(Rock and Roll)부터 빅밴드 리드 앨토 색소폰 연주자까지 아주 넓은 음악 장르에 어울린다고 되어있다. 다른 건 수긍이 되지만 필 우즈의 팬이었던 필자에게 처음 몇 번을 비교하고 테스트해도 필 우즈의 음색과 너무 달라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으나 테스트를 거듭하며 음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뉘앙스가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나디르가 다시 만든 [비밥 앨토]를 대략 두 달 동안 테스트와 연주에서 사용하며 아주 오랜만에 개성이 강한 마우스피스를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베플의 형상은 과거 비밥을 연주하던 마우스피스와 다르고 음색의 시작도 역시 전통적인 비밥과는 차이가 있으나 연주를 거듭할수록 트레디셔널 비밥 마우스피스의 음색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남들과 다른 듯싶으나 의외로 잘 섞이는 유니크(Unique)한 음색을 가진 [비밥 앨토]의 매력을 충분히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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